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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sssn72/110027407586

송재경, 신작 RPG ‘프로젝트 X2’를 말하다

XL게임즈 송재경 대표








 


■ 4년만에 다시 만드는 MMORPG 프로젝트 X2’


 


먼저 신작 MMORPG를 내부적으로 어떻게 부르는 지 궁금하다.


내부적으로는 프로젝트 X2’라고 부른다. XL게임즈의 두 번째 게임이라는 의미다. ‘왜 XL2가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L을 붙이면 레이싱 게임의 후속작으로 보일까봐 뺐다. 개발중인 게임의 프로젝트명은 절대로 출시될 수 없는 이름으로 짓는 게 좋다. 처음부터 너무 고민해서 좋은 이름으로 지으면 그것에 익숙해져서 다른 이름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엔씨에서 개발하던 <리니지 포에버>* 이후 오랜만에 만드는 MMORPG.


2003년 초에 엔씨소프트에서 나왔으니까 4년 만인 것 같다. MMORPG도 게임에 불과하지만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게임이다. 나는 역시 (세계를 창조하는) 이런 게임을 만드는 게 재미있다.


물론 세계만 만들어 놓는 건 재미가 없다. 그 안에 작품성도 있어야 하고 게임 안에 개발자의 의도가 녹아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컨드 라이프>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자유도가 묘미고, MMORPG는 풍성한 컨텐츠를 소비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 매력인데, 이 두 가지를 잡는 것이 프로젝트 X2’의 목표다.


※ 편집자 주: 송재경 대표가 만들던 <리니지 포에버>는 당시에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아이온>으로 변경되었다. 현재는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개발팀이 <리니지 포에버>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래머로서 이번 프로젝트의 코딩 작업에도 참여하나?


개인적으로 코딩을 안 한지 1년이 넘었다. 물론 하면 좋을 듯 한데 현실적으로 잘 안 되는 것 같다. 코딩을 하려면 오래 앉아있어야 되는데 다른 일이 계속 생긴다. 현재는 신작의 진행과 기획에 관여하고 있는데 개발이 본 궤도에 오르면 코딩에 참여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이도 많은데(올해 41) 자리에 앉아 코딩하고 있으면 좀 그렇지 않나?(웃음) 마흔살이 넘어서 직접 코딩을 하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크라이텍의 개발자로부터 크라이엔진2의 사용법을 배우고 있는 XL게임즈의 개발진.


 


■ 월드와 종족, 배경은 결정. 엔진은 테스트중


 


현재 개발 상황은?


메인 캐릭터는 나오지 않았고, 연습 삼아 만든 드워프와 필드 정도는 만들었다. 아직 보여줄 단계는 아니고 말 그대로 테스트중이다.


프로젝트 X2’가 자체 엔진이 아니라 라이선스를 맺고 구입한 크라이엔진2’로 개발되기 때문에 엔진을 잘 다루는 연습과 내부 개발과정의 구축을 겸하는 테스트다. 따라서 당연히 지금 만든 것들이 실제 게임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전체적 월드의 모양이나 종족, 배경 스토리는 이미 정해졌고 직업과 전투 시스템은 어떻게 할지 아직 고민 중이다. , 어느 정도 큰 틀은 갖춰진 상태고 자세한 것들은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다.




크라이엔진2 이용에 대한 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나? 그리고 항상 지적받는 외산 게임엔진의 최적화는 대비하고 있는가?


일단 크라이엔진2를 익히는데 최소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엔진을 받아온 게 지난 9월쯤 됐는데 툴을 익히고 완벽하게 쓰기까지가 6개월 정도고, 엔진을 뜯어고쳐서 MMORPG에 맞게 만드는 데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빨리 되면 좋지만 차근차근 배우고, 파악하는 중이다.


이제 크라이엔진2에 대한 적응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최적화에 대한 대책이나 계획까지 이야기 하기는 이르다. 다만, 앞으로 3년이나 4년 후에 게임이 출시된다고 볼 때 ‘그때는 PC 사양이 높아져서 게임이 돌아가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는 기대를 하고 있다. 참고로 크라이텍에서 조만간 크라이엔진2를 패치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것도 기대하고 있다. 


 






크라이엔진2에 대한 학습 및 테스트와 함께 월드, 종족의 구현 작업이 진행중이다.


 


■ 국내 판타지 소설가와 세계관 작업중



 


유명 소설가가 세계관 작업을 하고 있다던데 사실인가?


맞다. 국내 유명 판타지 소설가와 계약을 했다. 하지만 아직 누군지는 밝힐 수 없다. 작가는 주로 배경 이야기나 종족 설정에 참여하고 있다.


원작이 있는 컨텐츠로 게임을 만들던 경험(바람의 나라, 리니지)이 있어서 그런지 기반이 되는 탄탄한 스토리가 필요했다. 원작을 알아봤는데 마땅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국내 판타지 소설을 두루 읽어본 뒤에 작가들과 연락을 취했다. 제작에 참여해달라고 의견을 물어봤는데 그 중에서 한 명이 수락을 해서 함께 일하고 있다.


 


그렇다면 프로젝트 X2’가 소설로도 나오게 되나?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물론 그때 가서 봐야겠지만 작가는 소설로 낼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작이 없으니 만들자고 해서 만드는 건데 기준이 되는 컨텐츠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사실 판타지 소설의 이야기와, 그것을 게임으로 만드는 것은 많이 다르다. 소설을 읽어보고 이거 게임으로 만들 수 있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보통 소설은 인물의 심리묘사, 인물 간의 대립관계나 갈등구조로 흘러가고 주변 설정은 맛보기로 조금씩 나오는 수준에 불과하다.


새로운 소설 작업과 함께 개발을 진행하면 이런 문제가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혹시 작가는 게임명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지 않나?


이야기는 끊임 없이 나오고 있는데, 아직까지 개발팀 전원이 이거다!’라고 공감했던 게임명은 없다. 소설가는 몇 가지 제목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들어봤을 때 너무 순정물 느낌이 나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돌아보니 지금까지 MMORPG는 모두 순정만화(바람의 나라, 리니지)로 만들어왔더라.(웃음)


 







[최초공개!] ‘프로젝트 X2’ 컨셉 원화


※ 기획된 세계관을 게임으로 구현하는데 참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실제 게임에 나올 이미지와 다를 수 있음을 밝혀둡니다.


 



 



 








 


■ 8개 종족이 풀어가는 대륙의 비밀


 


프로젝트 X2’의 세계관과 종족은 어떤 느낌인가?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고도로 발달된 문명이 번성했던 대륙에서 대형 사고가 생겨 거주자들이 더 이상 살지 못하고 각각 동쪽과 서쪽으로 피난을 떠나게 된다. 이후 새로운 대륙에서 동쪽과 서쪽으로 나눠져 살게 되는데, 게임은 원인불명의 사고 발생 1~2천 년 후의 세계를 그리게 된다.


메인 스토리는 사고의 원인을 풀어나가는 것으로 각 종족마다 숨겨진 비밀이 열쇠로 작용할 것이다. 종족은 모두 8종류로 인간, 엘프, 드워프, 그리고 대형 사고 발생 도중에 탄생한 독특한 종족들이다.


어떤 게임을 즐기더라도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에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프로젝트 X2’ 나름의 독특한 느낌을 불어넣으려고 노력중이다. 무조건 예쁘고 멋진 훈남, 훈녀캐릭터 일변도에서 탈피해 보고 싶다.


 


동서 지역은 서로 대립 관계가 형성되나?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는 대립 구도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조상이 살던 대륙으로 건너가면 <리니지> 스타일로 자유분방하게 대립 관계가 협력 관계로, 협력 관계가 대립 관계로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최고 레벨까지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처럼 퀘스트, 즐길거리가 풍성한 스타일이고, 그 후에는 <리니지>처럼 치열하게 패권을 다투는 스타일이 되는 느낌이다.


사실 <WoW>는 그동안 나온 MMORPG 요소를 집대성해서 잘 구현한 것뿐인데 유사한 요소를 사용하면 ‘<WoW>를 베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현실이다. 기획 단계에서 제일 까다로운 부분이다. <WoW>처럼 기존 게임의 장점도 많이 가져가겠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요소들도 충분히 살려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젝트 X2’의 차별화 포인트는 어떤 방향인가? 


간단히 비유하자면 <WoW> <리니지>의 장점을 적절하게 섞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WoW>는 정말 잘 만든 게임이고 개인적으로도 매일 3~4 시간씩 즐기고 있다. 그런데 월드가 정적이라 내 행동이 월드를 변화시키지 못하더라.


예를 들어 검은 사원에 가서 일리단을 잡더라도 내일 가면 다시 살아서 돌아다닌다. 그래서 ‘그런 걸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봤다. 내가 한 행동이 월드에 변화를 주는 방식 말이다.


변방에 있는 성 몇 개는 유저들의 PvP 결과에 따라서 주인이 바뀌거나, <리니지>처럼 공성전을 통해 성주가 바뀌고 세금을 걷는 요소들을 잘 결합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단순히 두 게임의 장점만 섞는 것으로는 부족할 텐데.


물론이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기획들이 논의되고 있다.


가능하면 유저가 자신만의 왕국을 세울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일정 수 이상의 성을 확보하면 대관식도 화려하고 하고 길드의 호칭은 왕립기사단이 되는 식이다. 많은 성을 확보해서 조건을 충족시키면 왕국을 선포하고 더 큰 개념으로 묶는 것이다.


게임과 UCC의 결합도 다각도로 고려중이다.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긴 하는데 얼마만큼 구현될지는 잘 모르겠다. <세컨드 라이프> 스타일로 유저가 텍스처를 업로드 해서 휘장을 바꾸고 문양을 바꿔서 길드원들이 같은 문양의 방패나 망토, 장비를 착용하고 레이드나 공성전에 참여하는 방식도 한 예가 될 것이다. 하우징 부분도 더 효과적이고 애착이 갈 수 있는 형태로 고려하고 있다.


 


■ 미스터리 서사구조, 그리고 월드의 구현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미스터리’ 느낌이 묻어났다.


맞다. 게임에 비밀스러운 스토리텔링을 추가하는 아이디어도 구상 중이다. ‘미스터리 스릴러수준까지는 아니라도 끝이 궁금하게 이야기를 끌고가는 방식이다.


그동안 MMORPG에서는 비밀 구조를 만드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바꿔보고 싶다. 혹시 다른 유저에 의해 결말을 알게 되더라도 과정이 궁금하고 직접 체험하고 싶도록 만들면 충분히 매력이 있을 것이다.


 


결국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 되겠다.


<WoW>는 스토리가 있고 길지만 퀘스트 너무 많다보니 이야기가 연결되는 느낌이 약해진다.프로젝트 X2’는 큰 줄기의 퀘스트를 쭉 따라가면서 유저가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다.


간단히 예를 들면 유저가 캐릭터를 만들면 꿈을 꾼다거나 하는 미스터리 구조가 등장하고, 이 꿈이 무슨 의미인지 마을 촌장에게 물어보는 식이다. 싱글플레이 RPG의 전형적 스토리텔링인데, 계속 꼬이면서도 결국 나중엔 풀린다. 이런 게임들 중에는 소설만큼 재미있는 스토리도 있었는데, 이를 MMORPG에서 구현하는 도전이 될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기획을 실행에 옮기는 문제나 서버 부하, 유저들의 실제 컨텐츠 소비에서 발생하는 변수 등 풀어나갈 것이 많은데, 일단 시도는 이런 방향으로 해보고 싶다.


 



송재경의 게임은 월드에 치중되어 있다는 의견이 있다. 신작에서도 월드의 강조는 계속될 예정인가?

기획팀이나 프로그램팀, 아트팀 모두 열심히 월드의 구현과 비중에 대해 논의, 아니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내가 월드 스타일의 게임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는 것은 맞다. 그것 때문에 내부적으로 부딪히기도 하지만, 서서히 현실성과 균형을 맞춰 나갈 것이다.


이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나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게임도 아니다. , 여러 개발진의 생계가 달려있고 외부 투자도 받고 있으니 상업성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프로젝트다.


무리하게 집어넣거나 밀어붙이기 보다는 게임이 구현되는 상황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방향성에 부합되는 컨텐츠를 넣게 될 것이다.


 



XL게임즈의 사무실. 아직 여유 공간이 꽤 남아 있다.


 


■ 3년 이상 걸릴 작업, 첫 결과물은 1년 뒤


 


설명을 들어보니 완성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


개발 기간은 3~4년 정도로 잡고 있는데, 어쩌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WoW> MMORPG의 표준을 한참 올려놨다. 완성도와 컨텐츠의 양 등을 맞추지 않고 내놓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힘들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서 내놓고 싶다. 여러 구상을 재미 요소현실적인 환경을 고려해 구현해 나갈 것이다.


 



 

Posted by 괴짜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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